
오늘의 나는 한숨만 푹푹 쉬었다. 솔직히 말하면, 매일이 한숨이지만 오늘은 좀 더 그랬다. 나,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 (내가 제일 듣고 싶은 말이다) 그동안은 괜찮다고, 내가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다독였지만, 오늘은 정말 한계에 부딪힌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 시엄마 치매가 이렇게 심해질 줄은 몰랐다.이제는 대변도 가리지 못하신다. (아마 치매를 앓고 있는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며칠 전에는 화장실 미끄럼 방지 매트에 다 묻혀 놓으셨다. ㅠㅠ 정말 한숨만 나왔다. 나도 모르게 '아...정말...' 하고 중얼거렸다. 또, 기저귀 값도 만만치 않고, 변기에도 묻히셔서 매일 매일이 청소와의 전쟁이다.
솔직히 말하면, 힘들었다.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서, 오늘은 그냥 모든 걸 다 놓고 싶었다.

그래도 좋았던 일들을 기록해보자. (이렇게라도 안 하면 정말 우울해진다) ✨
- 첫째, 남편이 나를 꼭 안아주었다.힘들다고 말할 틈도 없이 내 표정만 보고도 알아챈 것 같았다. "고생이 많지? 당신 덕분에 우리 엄마가 편안하게 지내는 거야. 고마워" 이 말을 듣는데, 왈칵 눈물이 났다. (이렇게라도 말해주지 않으면 서운해서 미쳐버릴 것 같다.)
- 둘째,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특식이었다.남편이 내가 좋아하는 닭갈비를 사줬다. 밖에서 온가족 외식하기는 좀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맛있는 닭갈비를 정신없이 먹다 보니 힘들었던 마음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역시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ㅎㅎ)
- 셋째, 시엄마가 환하게 웃으셨다. 아침에 힘들었던 기억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저녁에 닭갈비를 먹고 어머니를 씻겨드리는데, “고맙다. 우리 예쁜 며느리”라며 나를 보고 환하게 웃어주셨다. 그 한 마디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솔직히 말하면, 힘들지 않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이 말에 또 하루를 버틸 힘을 얻는다.

오늘의 나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내일도 괜찮을 것이다. (웃어..! 웃어야 복이 온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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