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일기

엄마와 시어머니를 동시에 돌보는 치매 돌봄 일상

sunny28582 2025. 8. 21. 16:04
나는야.. 슈퍼 맘 아닌 슈퍼 도터..

 

😔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당신도.. 치매 돌봄 가족이시겠죠.. 응원합니다..) 

가족의 병간호라는 게 참 사람 진을 빼는 일이다. 특히나 나처럼 두 분의 부모님이 동시에 아프시면... ㅠㅠ.

 

시어머니의 치매와 친정 엄마의 치매 증상이 이렇게 다를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치매'라고 뭉뚱그려 생각했는데, 증상이 다르니 대처법도 달라야 하고, 그 과정에서 오는 감정 소모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엄마는 아직 경증이시지만, 고집이 세지시고 의심이 많아지셔서 내가 뭘 하든 "너 나한테 왜 그래?"라는 말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실 때가 많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 나를 이렇게 예뻐해주시던 엄마가 맞나 싶어서... (아니, 내가 뭘 했다고 그러시는 거지?) 싶다가도, 아픈 건 엄마니까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면서 속으로 되뇌인다.

 

반면 시어머니는 말씀은 거의 없으시고,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셔서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더 크다. 방금 화장실에 다녀오셨는데 또 바지에 실수를 하시면, 속상함과 막막함이 동시에 밀려온다. 두 분의 간병으로 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이게 진짜 내 인생인가...)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 때도 있다.

 

그래도 적어보는 오늘의 기쁜 순간 세 가지. 

  • 작은 기적 같은 순간. 오늘 아침, 엄마가 나에게 "우리 딸, 고생이 많다"라고 말씀하셨다. 평소에는 공격적인 말만 하시다가 그런 말씀을 들으니 가슴이 뭉클했다. 단 한마디였지만, 그 한마디에 모든 힘든 감정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 작은 도움의 손길. 동네 친구가 시어머니 간병용품을 사다 주시면서 "언제든 힘들면 말해"라고 해주셨다. 말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되는 날이었다. 혼자 힘겹게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 나를 위한 시간. 오랜만에 좋은 음악(권진아 - 한숨)을 들으며 조용히 차 한 잔을 마셨다. 비록 10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서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도 그댈 탓하진 않아 / 가끔은 실수해도 돼 / 누구든 그랬으니까

누군가의 한숨 / 그 무거운 숨을 /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권진아 - <한숨> 중에서... 

 

두 분을 동시에 돌보게 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도대체 이 병이 뭐지?' 였어요. 밤낮으로 인터넷을 뒤져가며 치매에 대해 공부했어요. 치매는 크게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으로 나뉜다고 해요. 증상이나 진행 양상이 제각각이라, 우리 엄마처럼 고집이 세지는 경우도 있고 시엄마처럼 신체적 증상이 두드러지는 경우도 있다는 걸 알았죠.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아요. 서운함에 눈물이 핑 돌고, 고집을 부리실 땐 화가 치밀어 오르죠. 하지만 저를 위해서라도, 두 분을 위해서라도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어요. 제가 직접 해보고 효과를 본 몇 가지 팁을 공유해 드릴게요.

  • 인지 자극 활동: 옛날 사진 보며 이야기 나누기, 간단한 퍼즐, 색깔 칠하기 등이 뇌 활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증상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요. 
  • 긍정적인 소통하기: "아까 얘기했잖아!" 같은 말 대신 "어머니, 지금 커피 마시고 싶으세요?"처럼 간단하고 긍정적인 질문을 사용하기. 반복적인 설명이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대요.
  • 잠시 쉬어가기: 저도 처음에는 모든 걸 혼자 해내려 했어요. 근데 그러다 제가 먼저 무너질 뻔했죠. 온 가족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 치매 돌봄입니다. 그리고 잠깐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어쩌면 가장 잔인한 역설은,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이 사라지는 순간에도 우리의 사랑은 더욱 커져간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치매 돌봄 가족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