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겉으로 드러나는 힘듦보다 더 마음을 쓰게 만드는 건, 바로 배변 문제 같은 사소하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은 일들이다. 특히 설사와 변비가 반복될 때마다 마음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ㅠㅠ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한 번씩 설사를 시작하면 정말 온 신경이 곤두선다. 기운이 없어 보이고, 탈수 증상까지 올까 봐 걱정이 태산이다. 물을 드시게 해도 잘 안 넘어가실 때가 많아서, 미음 같은 걸 드렸다. 그래도 조금씩 드셔주셔서 다행이다 싶었다.
의사들은 지사제 남용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 말이 머리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당장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지사제를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망설이게 된다. 의사 선생님 말씀이 맞다는 걸 알지만, 지금 당장의 고통을 덜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선다. 결국 미지근한 보리차를 우려서 조금씩 드시도록 하고, 배를 따뜻하게 찜질해드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런 순간에는 정답이 뭔지 정말 모르겠다.
엊그제 설사 때문에 걱정했는데, 오늘은 다행히 변비로 이어졌다. (이게 좋은 일이라는 게 좀 웃기지만, 현실에서는 이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들 알 거다.) 변비도 문제지만, 설사보다는 덜 불안하니까 말이다..... 변비가 '좋은 소식'이라니,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정말이지 안정감이 든다. 적어도 갑작스럽게 상황이 악화될 걱정은 덜 수 있으니까.
돌봄이라는 게 정말 끊임없는 고민의 연속인 것 같다. 그중에서도 배변 관리는 정말이지, 가족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다.처음에는 이런 일들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몰랐고, 매번 인터넷을 뒤져가며 정보를 찾아봤다. 돌봄 관련 카페에서 다른 분들의 경험담을 읽으며 위로받기도 하고, 가끔은 우리만 이렇게 힘든 건 아니구나 싶어 안도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일상의 변화들이 돌봄의 핵심이었던 것 같다. 거창한 치료법이나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라, 매일매일의 작은 관찰과 세심한 배려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돌봄이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그래도 오늘처럼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작은 성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언젠가는 이 시간들도 추억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오늘의 감사한 일 🙏
- 밥을 조금 더 드셨다. 얼마 전부터 밥을 잘 안 드셔서 걱정했는데, 오늘은 좋아하는 나물을 좀 더 드셨다. 진짜 별거 아닌데도 너무 기뻤다. 힘들었지만, 작은 성공들로 다시 힘을 얻은 하루. 앞으로도 이런 나물들을 더 다양하게 준비해봐야겠다. 시금치, 콩나물, 도라지... 옛날에 좋아하셨던 것들 위주로 메뉴를 짜보자.
'돌봄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하루 5번 똥 치우며 깨달은 것들... 치매 돌봄 솔직 심정 (1) | 2025.08.23 |
|---|---|
| 박완서, <아주 오래된 농담>을 읽고서 (0) | 2025.08.23 |
| 힘들다고 말하고 싶었던 날, 그래도 괜찮아....! (1) | 2025.08.22 |
| 치매 돌봄, 그 벼랑 끝에서 해보는 드리프트..! (2) | 2025.08.22 |
| 치매 가족이 있으면 매일이 모험이다 (+책 추천) (1) | 2025.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