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종일 똥 냄새가 머릿속에 맴도는 것 같아 (진짜 물리적으로도 맴도는 거겠지만....). 요즘 자주 배변 실수를 하시는데, 오늘은 특히 심했다.
7시 30분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냄새부터 맡았다. 어젯밤에 그렇게 기저귀 확인하고 잤는데도. 침실에서부터 거실까지 냄새가 퍼져있었다. (그 순간의 내 마음: 주말 아침부터 이러면 하루가 어떻게 될지 벌써 걱정됐다. 커피 한 잔도 제대로 못 마시고 청소부터 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서글펐다.)
11시 - 겨우 청소 끝내고 시어머니 옷 갈아입혀드렸는데, 또 실수하셨다. 이번엔 소파까지 더러워졌다. 소파 커버를 벗기면서 눈물이 날 뻔했다. 어떻게 하루에 이렇게 여러 번일 수가 있지? 기저귀가 샐 정도로 많이 나오신 건지, 아니면 기저귀를 제대로 착용 안 해드린 건지 자꾸 자책하게 된다.
처음엔 괜찮았다. 가족이니까. 근데 이제 정말 한계다. 매번 냄새를 맡고, 치워드리고, 뒤처리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진다. 특히 오늘은 점심 먹다가도 그 냄새가 계속 떠올라서 밥을 제대로 못 먹었다.
2시 30분 - 세 번째 실수. 이번엔 화장실 가는 길에서 흘리셨다. 바닥에 떨어진 걸 치우면서 정말 울고 싶었다. 시어머니는 "미안해, 미안해" 계속 말씀하시는데, 그 모습이 더 마음 아팠다. 나 때문에 위축되시는 것 같아서. (근데 혹시 시어머니께서 내 표정을 보셨을까? 나 때문에 상처받으셨을까? 미안한 마음도 드는데, 그 미안함보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냄새가 더 크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건가?)
5시 - 네 번째.... 저녁 준비하려고 부엌에 있는데 또 냄새가 났다. 이번엔 정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남편한테 전화해서 "오늘 하루종일 이랬다"고 하소연했더니, "내가 빨리 들어갈게"라고 하는데 그 말이 한편으론 더 외롭게 느껴졌다.
그래도 내 하루의 대부분이 이 냄새와 함께한다는 게 너무 가혹하게 느껴진다. 하루에 열 번도 넘게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는 것 같다. 청소용품도 벌써 두 개째 바닥났다. 방향제를 아무리 뿌려도, 환기를 아무리 해도 코 속에 박힌 냄새는 없어지지 않는 것 같다. 샤워를 해도, 양치를 해도 계속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든다. ㅠㅠ
오후 7시 - 저녁 드시라고 하는데, 또 실수하셨다. 이번엔 남편이 치워줬는데, 고마우면서도 또 미안했다.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
오늘의 감정 정리 😔
오늘 하루를 돌이켜보니 오전에는 절망적이었고, 오후에는 화가 났고, 저녁에는 미안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냥 지쳤다. 근데 이상하게도 완전히 절망적이지는 않다. 아마 작은 좋은 일들 때문인 것 같다.
- 좋은 일!!!!! 저녁 설거지하면서 폰으로 유튜브 봤다. 고양이들이 장난치는 영상이었는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어서 좋았다. 10분도 안 되는 영상이었지만, 정말이지 잠시나마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이렇게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다. 설거지도 덜 귀찮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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