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마음이 무거웠다. 시어머니께서 또다시 한밤중에 거실을 서성이셨다. 이미 밤새 지쳐버린 기분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 힘들게 느껴졌다.
힘든 순간들, 지쳐가는 마음 😢
오전에는 병원에 모시고 갔는데,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사라지셔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사실 한눈을 판 것도 아니다. 그냥 잠시 간호사와 얘기를 했을 뿐이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겨우 찾아서 모시고 오는데, 왜 이렇게 힘들게 하냐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주변에서는 맏며느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지만, 가끔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아닌 것 같아 무너져 내릴 것만 같다. 어느 가족이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시어머니께서 내가 방금 해드린 밥을 보며 "누가 밥을 여기다 뒀어?" 라고 물으실 때면, 억장이 무너진다. 내가 차려드린 밥도 못 알아보시는구나 싶어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정말 속으로는 눈물이 핑 돌았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고, 그 한숨에 내 모든 감정들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좋았던 일들을 기록해보자. (이렇게 안 하면 정말 우울해니까) ✨
오늘 하루가 힘들기만 했던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분명히 중간중간 감사하고 소중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 결혼을 할 때 쯤 시어머니와의 일화가 생각났다. 결혼 직전에 일이긴 하지만 내 손을 잡고 "우리 예쁜 아가, 내 며느리가 되어 준다니 정말 고맙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생각에 모든 나쁜 감정들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ㅠㅠ)
- 시동생이 갑자기 찾아와서 시어머니를 잠깐 봐주는 동안, 나는 오랜만에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할 수 있었다. 그 짧은 시간이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자유시간이었다.
- 밤늦게 퇴근한 남편이 오늘 병원에서 내가 힘들었을 것을 알고, 따뜻하게 "많이 놀랐겠어. 고생했어."라고 말해주었다. (이럴 때는 정말이지 남편이 최고다 ㅎㅎ)
오늘은 힘들기도 했지만, 작은 감사함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오늘처럼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잘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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